Loading.
Please wait.

loading...

지나김  전문가 칼럼 글보기

기부금 과세는 대학의 심장을 겨눈다

작성자지나김 CEO, Admission Masters
작성일2025/08/06 11:02
최근 미국 고등교육계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고 연방 하원이 통과시킨 감세 법안에 따라, 예일대를 포함한 미국의 대표적 사립대학 9곳의 기부금 투자 수익에 최대 21%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연방 상원을 통과해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지 ‘부자 대학을 상대로 한 공정한 과세’가 아니라 미국 고등교육의 핵심을 구성하는 연구와 교육 생태계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일대는 현재 학생 1인당 약 360만 달러 규모의 기부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하버드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런 기부금은 단순한 자산 축적이 아니라 대학 운영의 핵심적인 재원으로 사용된다. 등록금과는 별도로 대학원생 장학금, 학부생 현장 조사, 교수 채용, 소규모 교육 프로그램, 각종 연구 활동 등 외부 보조금이 닿기 어려운 학문 영역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버팀목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세금이 단순히 예산을 깎는 수준이 아니라, 학문 분야 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데 있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는 연방 정부의 연구기금을 통해 일정 수준의 외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하에서도 이조차도 삭감돼 상당한 타격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 유입 경로는 존재한다. 반면,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는 대학 내부의 기부금 수익에 훨씬 더 의존하는 구조다. 이번 과세 조치는 인문사회학을 가장 먼저, 가장 깊게 타격할 것이다.

예일대 미국학과 교수이자 미국대학교수협회(AAUP) 예일대 지부장인 대니얼 호상 교수는 “자연과학은 연방기금이라는 외부 자금에 기대지만, 인문사회과학은 학교 내부의 자원에 의존한다”며 “기부금 수익에 대한 과세는 이 자원을 위협하고, 결국 해당 학문 분야의 지속성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예일대의 매크밀런 국제 및 지역연구센터는 언어학과 대학원생들에게 핵심적인 연구비와 장학금을 제공한다. 사회정책연구소(ISPS), 카울스 센터 등도 사회과학과 관련된 핵심 연구기관이지만, 이들 역시 기부금 수익에 의존해 운영된다. 현재 학부생의 현장 조사 경험을 지원하는 자금의 75%가 ‘용도가 지정된 제한 기부금’(restricted endowments)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기부금까지 과세 대상이 되면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재원이 줄어들고 프로그램의 지속성 자체가 위협받는다.

예일대 마우리 매킨니스 총장은 지난 5월 전교생에게 보낸 공개 메시지를 통해 이번 조치의 심각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예일이 MRI, 인터넷, 스마트폰, 양자컴퓨팅 등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거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번 세금은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니라 연구 혁신의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구조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세금 부과를 단순히 재정 보전을 위한 조치로 포장하면서도 동시에 대학 내 ‘반 이스라엘 정서’ 혹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에 대한 응징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교육 기관이 정치적 분열의 전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조치는 장기적으로 대학의 인재 양성, 연구력, 국제적 신뢰도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일부 유학생과 연구자들이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해외 유수의 인재들이 미국 대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시작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자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학문과 연구 환경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나라에, 누가 자신의 미래를 맡기겠는가.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다. 자유로운 탐구, 비판적 사고, 공공의 선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단기적인 세수 확보나 정치적 입지 다지기를 위한 타협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부금 과세는 표면적으로는 ‘부자 대학에 대한 공정한 과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미국 사회 전체의 교육 기반을 약화시키고, 고등교육의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숨어 있다. 감정적 포퓰리즘이 아닌, 냉정한 분석과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한 때다.

교육은 시간이 쌓아온 공공의 자산이다. 그리고 그 자산을 훼손하는 행위는 결국 우리 모두의 손실로 되돌아올 것이다.


▶문의: (855)466-2783 / www.TheAdmissionMasters.com

유학/교육

지나김

직업 CEO, Admission Masters

전화 909-342-3949

이메일

약력
• CEO of Admission Masters College Prep
• Founder Global Youth Mission, NPO
• Founder AM Art & Design School
• Current KoreaTimes Education Columnist
• Current California Education Weekly Columinist

- Website: www.theadmissionmasters.com
list-a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