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학년 학생들이 갑자기 긴장을 늦추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주변 학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12학년 자녀들이 이미 진학할 대학이 결정되었기 때문인지 학교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영 달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12학년들의 이런 '갑작스런 태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12학년 병(senirotis)'이라는 의학용어가 생겼을까.
물론 이해는 간다. 대학지원서 작성하느라 대학에서 답을 기다리느라 지난 몇 개월간 얼마나 심신이 지치고 고달팠을까.
대학지원서라는 것이 서류 한 두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얇은 책 하나를 쓰는 분량이고 게다가 이런 지원서를 평균 9~10개씩 쓰다보니 그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12학년 학생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입학허가서를 받아들었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12학년 병'은 수 많은 12학년 학생들의 장래를 위협하는 위험한 질병임을 알아야 한다.
대학지원서에 적어 넣는 성적은 11학년까지만의 성적이지만 12학년 학생들의 1학기 성적 그리고 2학기 성적까지도 자칫 진학여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12학년 학생들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수 많은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들은 12학년 2학기 성적이 예상외로 부실할 경우 합격 결정을 재고하기도 한다.
12학년 2학기 성적을 잘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최후의 탈락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대학은 매년 예상 신입생 수에 비해 훨씬 많은 합격통지를 보낸다. 합격자 중에서 다른 대학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예상보다 많은 합격자가 입학희망 의사를 밝혔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신입생 정원에 맞추어 남는 수를 걸러낼 수 밖에 없다.
합격 통지서를 받은 후 '합격 번복 통보'가 날라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이때 '걸러지는 합격자'들은 대다수 "12학년 성적이 기대이하"라는 이유가 제시된다.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은 일이다. 더욱 무서운 일은 5월 1일까지 모든 학생들이 올 가을 입학할 대학에 '입학하겠습니다(intend to register)'라는 의사를 밝히고 나서 한참 후에야 뒤늦은 합격취소 통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간혹 6월과 7월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때는 국내 거의 모든 4년제 대학들이 새학년 신입생 맞을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여서 아무리 서둘러도 자신을 받아줄 대학을 찾기는 힘들다.
심지어 커뮤니티 칼리지까지도 최근 수년 새 등록생수가 넘치는 통에 등록만 받을 뿐 편입담당 카운슬러와 약속을 잡거나 필수과목 클래스를 따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쯤해서 몇몇 학부모들은 이제 곧 대학으로 떠날만큼 성장한 아이들을 여전히 챙겨야 하는 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각 고교별로 12학년 2학기에는 부모도 모르게 학교 결석이 잦거나 심지어 AP 클래스 몇 개를 아예 철회해 버리는 학생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음을 카운슬러들은 말하고 있다.
12학년 학생들을 둔 학부모들은 지금 이 시각의 학교 생활도 대학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올 가을 대학기숙사에 입주하는 시간까지 긴장의 끈을 단단히 붙들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