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릅니다.
처음 미국와서 겨우 겨우 학교 졸업하고, 한창 신출내기 직장인일 때는
은퇴하고 여행 다니는 노년의 커플들을 보면 너무 부러운 마음에
언제 마흔이 되고 오십이 되나 했는데,,, 어느덧 제가 오십 중반의 펑퍼짐한
중년 남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소신껏 잘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딸 하나, 아들 하나 부끄럽지 않게 공부시키려고, 새벽부터 나가서 밤까지 와이프와 교대작업 해가며 홀홀단신으로 미국와서 조그맣게라도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삼시세끼 밥 안 굶고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요즘 경기 안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니, 지금 어려운건 어려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돈보다도 저를 더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사춘기 자식새끼들입니다. 이제 좀 다 키웠나 싶었는데..애기들이 저를 더 힘들게 하네요.
한창 일할때는 새벽부터 밤까지 가게 지키고, 겨우 와이프와 교대해서 낮에 좀 자고 쉬다 다시 나오고, 그러다 보면 애기들 얼굴 보기는 .. 솔직히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외로운 땅에서 우리 애기들 만큼 소중한 존재가 무엇이 있습니까.
애기들 커 가는 ㄱ낙으로 살았지요.
경기가 어려운 것이 제 삶에는 전환기가 되는지, 요즘에는 마음을 편히먹고
이왕 이렇게 된거, 여가시간도 좀 즐기고 이제 아내와 아이들과 좀 삶을 돌아보며 살아보자고 마음 먹고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딸아이가 대학 진학으로 고민을 하고, 아들도 사춘기를 보내는지
저녁으로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면, 애기들이 저만 집에 가면 거실에 있다가도 쉥하니 각자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말 한마디 붙여도 아빠는 몰라, 겨우 한국말로 대답하고, 신경쓰지말라고 하고 자기 일만 하고 대답도 잘 안 합니다.
문제는 며칠 전, 학교 때문에 고민하는 딸 아이가, 자꾸 인근의 학교를 두고도 동부에 있는, 그것도 학교 시설이나 진로를 보면 더 좋지도 않은데 그 쪽으로 가려고 고집을 부리는 겁니다.
아무리 제 기준에서 보지않고 객관적으로 보아도, 학교시설. 진로. 학비, 조건 등 무엇을 따져도 인근 학교가 훨씬 뛰어납니다.
학교에서도 인근 학교를 추천하구요.
그러다 딸 아이에게 대체 왜 거기를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대뜸, 아빠가 자기에 대해서 무엇을 아냐며, 아무것도 모르면서 간섭하지 말라고, 버럭 따지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얘기를 해도 통하지가 않고, 학교 문제로 그 전에도 몇번 화가 난 적이 있어 너무 화가난 나머지, 제가 딸 아이를 등짝을 좀 때렷습니다.
그랬더니, 아빠가 없는 곳으로 가서 실고 싶다고, 집이 숨막히게 답답하고 집에 있어도 외롭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토종 경상도 지방의 오남매의 막내로 태어나서 나름 귀하게 자라오다, 혼자 미국에 오면서 온갖 막일을 다하고,, 살다보니, 술도 좀 마시고, 술이 좀 과한 날에는 아내와도 종종 트러블이 있곤 했습니다.
아내는 젊어서부터 조금 여유있게 일하기를 원했고, 저는 무조건 지금 고생하고 나중에 잘쉬자, 주의였는데, 그 부분이 자주 충돌을 해서 아내가 집 나간다고 무작정 보따리 싸고 나가는거 잡아오기도 하고, 한 번은 한국까지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한국까진 못 따라가고, 들어오겠지 하고 기다렸더니 한 달 좀 안되니 아내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워낙 가부장적인 경상도 집에서 자라서, 할아버지 아버지의 역할을 보면서 자란 탓인지, 저도 몰랐는데,,, 저에게도 그런 가부장적인 면인 아이들에겐 부담이엇나 봅니다.
네 식구를 통솔하기 위해서, 저도 어쩔 수가 없었고,그래서 좀 나름대로 집안에서는 제 말이 곧 법이고 진리라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자식새끼 먹여 살리겠다고 그렇게 발버둥치고 하루도 놀지않고 일을 했는데, 이제는 와이프가, 딸이, 아들이 그런 제가 답답하고 집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이야기가 현실로 제 얘기가 되니,
정말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자꾸만 얼굴이 달아올라서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습니다.
책이나 티비에서 보면, 차근차근 풀어가라고 조언을 하시겟지만. 저도 머리로는 이해는 가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급한 건, 아이 학교 결정을 빨리 해야 하는데, 딸아이는 자꾸 저렇게 우기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정말 아이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야 할지, 인근으로 또 우겨서라도 보내고 설득을 시켜야 할지,, 고민입니다.
전문가님의 조언 부탁 드립니다. 글이 엉망이어서,, 이해가 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