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의 아들도 고교 전학년 all A에, SAT 만점에, 음악과 교수들이 음악과에 보내달라고 할 정도의 violin 실력에, 보통 이상의 수영 실력에(그 외 스포츠는 시간을 너무 뺏겨서 더 시키지 못했습니다) 고교 교내 신문 편집 등 여러 활동 경력을 갖고서도 하버드로부터 waiting list에 올랐다는 소식밖에 듣지 못했습니다.(Yale에서는 아예 불합격 되었지요.) waiting이라도 기다리면 합격한다고 하지만 기분 나빠서 하버드 보내지 않았습니다. 주립대 장학금이 아깝기도 했지요. 하버드로부터 계속 waiting에 남아 있을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결정해달라고 수시로 메일이 왔지만 일부러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거절했습니다. 나중에 후회도 더러 했지요. 졸업 후 명문 메디칼에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못했다면 평생 후회할 뻔 했습니다.
아시안계 학생들을 미국의 명문대학에 많이 보내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미국의 교육자들과 한국의 교육자들은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 교사 혹은 교수는 학생들이 아는 것을 스스로 나타내지 않으면 모르고 있다고 간주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교사나 교수는 한 한기 동안 입 한 번 벙긋하지 않는 학생이라고 하더라고 모른다고 간주하지 않습니다. 교사, 교수가 알아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학생의 실력을 평가해줍니다. 그러므로 한국 학생들은 굳이 아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료들로부터 뻐긴다는 오해를 받을까 염려하지요. 그렇지만 아시안 학생들도 자기가 아는 내용을 계속 드러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아서 문제이지요.
미국에 유학 갔을 때 미국 학생들에 대해서 두 번 놀란 적이 있습니다. 가자마자 놀란 것은 미국 학생들은 자기 주장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클래스에 한 명 정도는 꼭 교수가 제지하지 않으면 수업이 안 될 정도로 많이 지껄입니다. 속으로 '저렇게 아는 것이 많으면 자기가 교수하지 왜 학생으로 앉아 있담' 하고 생각했지요. 몇 년이 지나서 귀가 약간 뚫리고 나서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줄기차게 지껄이는 학생의 말을 들어 보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껄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다소 극단적인 예가 될런지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 학생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자기가 아는 것을 표현 해야 합니다. 한국의 대학원 입시 면접에서 자신의 장점을 말해보라고 하니 그런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하면서 당황해하는 사람(대부분이 현직 교사들임)을 많이 보았습니다.
한국의 대학생은 질문조차 하지 않습니다. 너무 과묵합니다.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글로 쓰는 연습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교육 받는 한국 학생들은 한국의 학생과 미국인 학생의 중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미국에서 인정 받기 어렵습니다. 겸양지덕도 좋지만 이젠 자신있게 과시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질시하지도 말아야 겠지요. "포장도 잘 해야 ....." 미국 생활에서 절실히 느낀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