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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취미/일상 기타

Q.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다.

지역California 아이디daw**** 공감0
조회3,109 작성일8/16/2011 2:04:43 PM
▶ 질문자 :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지 2년여가 되었고, 남편은 이혼을 원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아무런 경제적 보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댁 일도 빠지지 않고 챙기며 살았습니다. 모른 체 하는 시부모님께도 섭섭하고 이만큼 기다려 주었는데도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도 원망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미성숙한 엄마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아픔을 주게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법륜스님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두루 갖추어 놓고 살고자 합니다. 이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입니다. 선과 악의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의 심리가 일반적으로 그러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결혼할 상대를 구할 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켜 줄 것처럼 보이는 상대를 구하려고 하지만, 살아보면 실제의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실망하고 불만스러워 하게 됩니다. 결국 제 마음에 드는 사람과 살기 위해 이혼하고 다시 다른 사람과 결혼하든지, 또는 불만족스러운 부분만 채워 보려고 부인 모르게 따로 살림을 차리거나 바람을 피웁니다. 친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필요해서 돈 많은 친구를 구하고 출세를 위해서 거기에 적합한 사람을 사귀고 의리도 필요하니 의리 있는 사람을 친구로 사귑니다.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존재할 뿐이지만, 남편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인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어떤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거짓으로라도 약속하고 사는 사람은 아직은 아내로부터 만족되는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우에는 아예 이혼하려고 하게 됩니다.

부부는 본래 남남이었습니다. 같이 있으면 행복한 느낌이 들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결혼해서 삽니다. 나는 상대를 좋아하지만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면 내가 아무리 사랑이라고 우길지라도 상대의 입장에서는 불행한 일이 되고,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행복해질 수 없다면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잡을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할 일도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한결같은 것이 아닙니다. 옛날에 사과를 좋아했다고 해서 입맛이 바뀌어 배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데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사과만 먹지는 않습니다. 윤리나 도덕, 잘하고 잘못한 것을 따지기 이전에 인간 삶의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상대와 살기 싫어진 경우라면, 상대에게 괴로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양심적으로나 종교적 입장에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입맛이 바뀌었다면 내가 수행을 하면 되는 일이지만, 상대의 입맛이 바뀐 것은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헤어지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함께 사는 편이 무언가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득 때문에 헤어지지 않으려고 하는지 스스로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망설이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고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나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된다면, 현재 자신의 처지와 심리를 인정하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든지 살림을 차렸든지 상관없이 내 이익을 위해 함께 산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렇게 생각하면 괴로움이 없어집니다. 내가 나의 삶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더 주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타 사회적 이목이나 아이들 때문에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 아이를 위해서 그러한 결정을 한 것입니다. 그것 역시 나의 손실·이득을 따져서 내린 나의 판단이므로 내 이익을 위해서 그와 함께 살려는 것이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역시 괴로워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좋은 일입니다. 자식이 둘이나 있는데도 다른 사람과 살림을 차렸으니 사람도 아니라고 여기고 미워한다면, 사람 같지 않은 그를 선택했던 것이 자기 자신이므로 자학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 사람을 아버지로 해서 아이를 낳았으니 그 아이들 역시 하찮은 존재가 되고, 그것은 내 자신과 아이들 모두에게 너무나 비참한 일입니다. 그런 감정 상태에서 근본적으로 헤어날 길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남편을 미워하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손해라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어떻든 과거에 남편은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를 선택해서 긴 세월을 같이 살며 아이들을 낳았을 것입니다. 남편이 괜찮은 사람이고 그에게 잘못이 없다면 그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들 역시 좋은 인자를 가진 것이 되고, 남편이 나쁜 사람이라면 지나간 자신의 15년이 모두 의미 없는 시간이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희망이 없어지게 됩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어렵고 자신의 업이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나와 내 자식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생각을 바꾸려고 계속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나와 아이들 모두의 상처가 사라지게 되고, 그렇다면 혼자 산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아버지에게 보낼 것인지 내가 키울 것인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서 그가 견디다 못해 떠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되돌아보는 참회 기도를 하십시오.

참회 기도를 하며 지내다 보면, 남편을 원망하며 미워할 때보다 남편이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높아집니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면 그런 아내에 대해 남편 역시 불편하고 싫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남편 노릇과 아들 노릇, 아버지 노릇을 못한다는 것은 질문자 자신의 요구에 의해 생겨난 생각일 따름입니다. 남편이 있든 없든 시댁에 가서 제사 지내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면 되고, 그것은 결국 자신과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 됩니다.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부부간에 사이가 멀어졌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문제가 생기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은, 아이들이나 나에게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나하고 살지 못해서 집을 나간 남편이지만 그를 위해서 참회의 기도를 하면, 아이도 좋아지고 나도 좋아지고 남편도 좋아지고 세상도 좋아집니다.

큰 박수가 이어지고 청중들 사이에 고요한 기쁨이 감돕니다. 모두가 공감을 하고 기뻐하는 듯 했습니다. 저도 짧은 대답 속에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참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스님 말씀처럼 그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나에게도 좋고, 아이들에게도 좋고, 남편에게도 좋은지는 스님의 말씀 속에 명쾌한 해답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순간순간 분노가 치밀고 잘 안되더라도 스님 말씀대로 계속 노력해 간다면, 질문하신 여성 분으로 인해 한 가정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겠구나 싶었습니다.

이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단지 넘 좋은 글이라서 카피를... 요즘 부부들 넘 쉽게 이혼하는 것 같아... 이 곳 오신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고자 올렸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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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일 8/28/2011 8:54:22 PM
very good 역시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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