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미국에 와 살면서 잘 이해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마켓이나 식당에서 넘어지거나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혀 다쳤는데, 대부분 주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방귀 뀐 놈이 큰소리친다’고, 분명 잘못은 다친 사람이 한 것 같은데, 되려 주인이 미안하다고 사과하지를 않나, 심지어 소송으로 이어져 엄청난 금액의 돈을 물어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 중년 여성이 주차장 방지턱에 걸려 넘어졌다는 이유로 상가 주인에게 보상받고, 장을 보던 할머니가 마켓 시식 코너 카트에 걸려 넘어졌다는 이유로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법과 한국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국법에는 한국법에는 없는 ‘부주의법’ 또는 ‘주의 태만’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Negligence’라고 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영미권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하고, 더 나아가 예상 가능한 위험이나 사고에 대해서는 미리 예방 조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리에 의해 마켓이나 식당 주인은 손님이 자신의 가게 안에서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도록 가게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하며, 만약 주인이 가게를 안전하게 유지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지게 됩니다.
가게 안에서 누군가가 흘린 물로 바닥이 미끄러울 때 손님이 물을 밟고 미끄러져 다쳤다면 누구의 책임일까요? 만약 바닥에 물이 있는지가 한참이 됐다면 주인의 책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주인은 매장 안을 안전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수시로 바닥이 미끄럽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바닥에 물이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주인이 책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닥에 흘린 물을 주인이나 종업원이 그렇게 이른 시간에 발견하여 청소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세입자가 아파트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 주인은 계단에 난간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계단에 난간이 없으면 사람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계단에 난간이 없거나, 헐거워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계단에서 사람이 떨어지면 주인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외에도 ▲왁스 칠을 해 미끄러운 바닥 ▲어두운 주차장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계단 ▲찢어진 카펫 ▲헐거운 마루판 ▲살얼음이 언 인도 등에서 넘어져 다치는 경우, 피해자들이 주인으로부터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