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의 오스카상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한국 문화예술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준 쾌거이다. 이후 영화 기생충은 미국에서 흥행몰이에 나섰다. 그런데 영화를 본 미국인들은 ‘반지하’라는 한국 특유의 서민 주거 형태에 흥미를 보였다. 한 지인은 여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기생충’에 등장하는 반지하 주택을 재현해 카페 형태로 운영하면서 현지인에게는 독특함을, 미국에 사는 한인 교포에게는 추억을 제공하고 싶은데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문의했다.
나는 2가지 위험성을 조언했다. 먼저 상표권이다. 계획한 카페를 열어서 영업하려면 ‘기생충’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표권을 침해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세트는 건축 저작물인데 이를 침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인이 자신이 계획한 카페를 열려면 영화 저작권자로부터 상표권과 건축물 저작권 이용에 대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절차와 비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뜻을 접고 말았다.
우리는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서 멋진 공간을 접하고는 한다. 허름하지만 토속적 분위기의 주점, 이국적 향취가 가득한 해변의 카페, 현대적 세련미가 넘쳐나는 옷 가게, 전통과 지성이 어우러진 도서관 등등을 보면서 저 공간을 내가 운영하는 매장에 그대로 옮기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 저작권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할까? 그 범위는 어떻게 될까?
건물 내외부, 즉 건축물과 인테리어 디자인은 모두 저작권이 적용된다. 일반적이고 기능적인 부분 외에 독특하게 창조된 영역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따라서 스크린샷을 보고 베끼듯 재현한다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크다. 하지만 특정한 소품 사용, 가구 배치 방식, 내외부 색상 등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므로 차용해도 무방하다. 창작된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비슷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상 괜찮다. 그런데 매장 내외부에 그 영화나 드라마의 타이틀을 사용한다면 디자인 차용 여부와 관계없이 상표권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공간이 세트일 때는 영화사 쪽에 저작권이 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실제 존재하고 영업하는 장소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이때는 그 매장이 저작권자가 된다. 아무래도 영화 세트보다는 실제 매장이 저작권 침해에 더 민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소설 속에 묘사된 공간을 실제로 옮기는 경우는 어떨까? 소설을 글이 아닌 다른 형태로 재현한다고 해서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소설의 인물, 스토리, 설정, 세계관 등을 저작권자 허락 없이 영화나 게임에 옮긴다면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다. 마찬가지로 소설가가 정교하게 구상한 건축물이나 인테리어의 콘셉트와 설계를 그대로 따른다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영감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 따라서 소설 속의 공간을 재현할 때는 저작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하겠다.
작품 속에 구현된 멋진 공간을 내 사업장에서 재현하고 싶다면 저작권에 예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이룬 사업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