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8세 남성 환자분이 4개월 동안 오른쪽 목 통증과 손까지 내려오는 방사통에 시달리셨습니다. 여러 병원 치료에도 효과가 없었죠. 9월 보스턴 마라톤을 앞둔 지인의 간절한 부탁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첫 진료에서 맥상에 큰 이상이 없어 목 주변 근육들을 이완시키는 치료를 했습니다. 치료 후 통증이 10분의 7이나 줄었지만, 퇴근 20분 전 환자분은 물리치료 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호소하셨습니다.
저는 이번에 맥을 다시 짚었습니다. 오른쪽 통증이니 삼초맥이 강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맥은 평이했습니다. 그러나 좌우 촌관척의 미세한 부맥을 발견했습니다. 이 작은 단서가 치료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주었죠.
저는 오른쪽에는 족임읍, 양곡, 삼리, 상양, 족통곡, 지구사에, 왼쪽에는 온류보에 침을 놓았습니다. 10분 후, 목을 돌려보라고 부탁하자 4개월간 뻣뻣했던 목이 좌우 80도까지 부드럽게 움직였습니다. 뒤로 젖히는 동작은 여전히 불편해하셨기에, 마지막으로 후계, 신맥에 침을 놓고 다시 시도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목이 훨씬 더 많이 젖혀졌습니다. 4개월간의 고통이 단 10분 만에 극적으로 완화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통증 부위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미묘한 흐름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겉으로 드러난 통증만 좇아갔다면, 이 환자분은 계속 고통받았을 겁니다. 진맥을 통해 예상과 다른 몸의 신호를 감지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적입니다.
한의학의 승강(昇降)의 이치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우리 몸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할 때 스스로 균형을 되찾습니다. 이 환자분은 외부적인 압박으로 순환이 깨져 있었고, 그 균형을 찾아주는 것이 저의 일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자신의 몸에 귀 기울여 건강한 삶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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